본 논문은 루쉰을 단서로 삼아 다케우치 요시미 사상의 원점을 해명하고자 한다.다케우치 요시미의 글에 담긴 리얼리티는 분명 여느 학자의 것과 달랐다. 그는 이론과 개념의 유한성을 직시하며 말을 고르고, 지적 언어로 구축된 세계와 그런 언어가 개재하지 않는 피부감각의 세계 사이의 단층을 민감하게 의식하며 말을 운용했다. 그는 거시적 범주나 이론적 전제에서 출발하지 않고, 유동적이며 불균형하며 주름진 곳으로 다가갔다. 이런 특징은 다케우치가 루쉰을 사상의 기축으로 삼아 자신의 사상을 형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문학적 정신을 체득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렇게 다케우치에게 ‘사상의 원점’이 된 저작은『루쉰』이었다.다케우치는 루쉰을 계몽가라기보다 문학가로서 이해했다. 다케우치가 이해한 문학가 루쉰은 선각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시대에 반보 뒤처진 존재였다. 또한 다케우치가 이해한 문학은 응고되지 않은 채로 사상과 정치와 예술을 토해내는 장이었다. 그리고 다케우치 역시 소설 짓기와 같은 창작활동에 나서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해한 의미에서 문학적이었다. 비록 그는 중국 연구자이자 동시에 일본사상사 연구자로서 저술 작업에 나서고, 안보투쟁, 국민문학논쟁, 강화문제 등 현실에서 부각된 민감한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다양한 면모를 보였지만, 모든 활동은 문학적 정신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활동은 루쉰의 길을 따라 스스로 선각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대신 대립하는 가치들과 입장들과 세대들 속으로 들어가 양측의 무게를 받아 안으며 그 사이에서 다리를 놓고자 한 데서 가능했다. 바로 다케우치가 이해한 문학이란 모순의 무게를 받아 안고 답이 아닌 물음과 고뇌를 역사에 새기는 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