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두엽 간질에서 나타나는 재료 특정적인 기억 손상의 패턴은 간질 병소를 편측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기억 검사가 측두엽 간질의 병소를 편측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였다. 측두엽 간질로 진단되어 신경 심리 검사가 의뢰된 환자들중 선발 기준에 만족하는 90명을 대상으로(우측두엽 간질 41명, 좌측두엽 간질 49명) WMS-R의 수행을 분석하였다. 이들은 모두 해마 병변이 확인된 내측 측두엽 간질의 사례였다. 분석은 두 가지 방법을 취했다. 첫째, WMS-R에서 기억 재료에 따른 수행 패턴이 간질 병소에 따라 차별화되는지를 봤으며, 두 번째로 WMS-R의 소검사를 예측 변인으로 했을 때 병소의 위치를 얼마나 판별하는지를 분석하였다. 가정한 대로 간질의 병소와 기억 재료의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얻어졌다. 그 양상을 보면, 언어 기억에서는 좌측두엽 간질이 우측두엽 간질에 비해 떨어지나, 시각 기억의 경우는 두 집단간 차이가 없었다. 즉, 재료 특정적 기억 손상 가설중 좌측두엽 간질의 언어 기억 결함만이 지지되었다. 따라서 `내측 측두엽 간질의 병소를 기억 검사를 통해 편측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반만 그렇다`인 셈이다. 한편, 판별 분석에서는 WMS-R이 간질을 정확하게 편재화하는 비율이 7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선행 연구에 비해 높은 것으로서 WMS-R이 재료 특정적 기억 손상 가설의 관점에서는 절반의 타당도를 가진 것이지만, 병소 편재화에 유의미하게 공헌함을 말해준다. 끝으로, 우측두엽 간질에서 시각 기억 결함이 검출되지 않은 이유를 논의했고, 이를 탐지하기 위한 대안적인 기억 평가 방법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