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의 코머스」의 종결부에 주인공인 젊은 숙녀는 침묵에 잠긴다. 성 추행을 당하기 직전에 극적으로 구조된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강의 요정 사브리나가 코머스의 주문을 풀어 젊은 숙녀의 몸을 자유롭게 한 이후에도 그녀의 침묵은 계속되기 때문에 그 침묵은 더욱 괴이하다. 이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젊은 숙녀는 코머스의 주문에서 완전히 풀려난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신빙성이 없다. 왜냐하면 사브리나는 그녀가 주문에서 완전히 풀려났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둘째 가능성은 그녀의 침묵이 코머스의 주문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이 그녀를 침묵하게 했으며 그 침묵의 의미는 무엇인가? 본 논문은 젊은 숙녀의 침묵이 스스로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침묵은 구출 직전에 늘어놓았던 그녀의 장황한 연설에 대한 자책과 이에 대해 스스로 제어하려는 의지의 음성적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침묵은 단순히 자책으로 인한 것이라고 불 수만은 없다. 윌리엄 케리건, 모린 퀼리건, 마이클 리브 등의 연구 덕택에 밀턴이 자신과 젊은 숙녀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과 그 것이 성의 장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어색함과 불편함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본 논문은 여기에 덧붙여 밀턴이 젊은 숙녀와 동일시하는 또 하나의 측면을 제시한다. 밀턴의 작품들에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언어행위를 체액(體液)의 유출에 비유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숙녀의 구출 후에 그녀가 앉아 있는 대리석 의자에서 발견된 “달콤한 열기의 끈적끈적한 액체”는 넘쳐 흐르는 언어를 상징하는, 타인들에게 발견되었기에 상당히 당혹스러운 체액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여자의 것인 동시에 남자의 것이기도 하다. 예컨대 젊은 숙녀의 부끄러움 뿐만 아니라 하던 공부를 잠시 중단하고 가면극이라는 언어행위를 하게 된 밀턴의 부끄러움까지 상징한다. 이 상징은 침묵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서 젊은 숙녀가 침묵하는 이유를 암시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