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식민지 시대 여성작가인 최정희 소설의 변화를 통해 여성성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정희는 한국문학사에 '가장 여류다운 여류'로 평가받으면서 여성성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최정희의 데뷔작인 『정당한 스파이』를 비롯한 초기작들은 프로문학적 경향이 농후하다. 그 때문에 초창기 최정희 소설은 '남성성의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최정희 문학의 경향성은 1934년 카프 검거 사건과 관련하여 감옥에 갔다 온 뒤에 급격하게 탈색되는데, 출옥 직후에 발표한 수필 『애려한 가을화초』와 단편 『흉가』는 이러한 문학적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최정희는 본격적으로 여성성의 작가로 급부상하게 되고 이러한 특성은 맥 연작 소설에까지 이어진다. 이 논문은 이렇게 '남성성의 작가'와 '여성성의 작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은 최정희 소설의 문학적 경력을 추적함으로써, 최정희 소설에서 여성성의 문제가 매우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 것임을 밝히고자 했다. 그 결과 최정희 소설에는 가면에 대한 자의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는데, 최정희 소설에서 여성인물들은 가면 쓰기와 가면 벗기를 반복하면서 가면 뒤에 감추어진 맨얼굴을 '표박'하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가면의 자의식은 그동안 '맨얼굴 드러내기'로 평가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맨 얼굴의 이미지는 여성성의 본질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최정희 소설에서 은밀하고 사적인 자아를 드러내는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이중으로 자기를 은폐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된다. 가면과 맨얼굴의 구별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즉 최정희 소설의 여성성이란 사실 맨얼굴이라는 '가장(假裝)'을 수행함으로써 구성되는 사회적 결과물이었던 것이다.